Frankenstein

우리는 왜 부모를 닮아 태어나는 것일까? 그리고 우리가 닮은 부모의 특징 혹은 ‘형질’들은 어떻게 다시 자식에게 전달되는 것일까? 오스트리아의 수도원 사제였던 그레고르 멘델(Gregor Johann Mendel, 1822 ~ 1884)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제시하기 위해 식물 잡종 실험을 기반으로 한 ‘멘델의 법칙’을 고안하였다. 유전학 최초의 근대적인 모델로 평가받는 이 법칙은 그로 하여금 ‘유전학의 아버지’라는 칭호를 얻게 하였다.

멘델의 통찰은 아쉽게도 그가 죽은 후인 1900년대에 와서야 제대로 평가받기 시작하였다. 관련 연구가 진행되며 특수한 상황에서 형질이 다른 형질로 전환되는 현상이 관찰되었으며, 이러한 ‘형질 전환’은 프레드릭 그리피스 Frederick Griffith 에 의해 최초로 발견되었다. 형질 전환의 발견은 유전물질에 대한 연구를 더욱 가속화하여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인 DNA의 발견으로이어지게 된다.

Frederick Griffith그리피스의 실험 Griffith’s Experiment (1928)

영국 태생의 그리피스 박사(Frederick Griffith, 1879-1941)는 세균학자이자 의사였다. 그가 살던 시대의 유럽에서는 인류 역사 상 최악의 전염병 중 하나로 여겨지는 스페인 독감(*)이 유행이었는데, 대부분의 스페인 독감은 폐렴으로 이어져 많은 환자가 사망에 이르렀다. 그의 연구는 이 폐렴에 대한 백신을 찾는 연구에서 출발하였다.

* 스페인 독감

인류 최대의 재앙으로 여겨지는 범 유행병으로, 고열과 함께 폐렴으로 발전해 사망에 이르게 한다. 조직에서 산소가 빠져나가 온 몸이 보랏빛으로 변하는 것이 특징이다. 제 1차 세계 대전이 끝난 1918년에 처음 발생하여 전쟁으로 사망한 1,500만명을 훨씬 뛰어넘는 5,000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내었다. 스페인이 독감의 발원지는 아니지만 당시 전쟁에 참여하지 않았던 스페인에서는 전시 보도 검열이 이루어지지 않아 이 현상에 대해 깊이 다루었고, 이로 인해 유행병이 스페인에서 특히 심하게 나타났다는 인상을 주어 ‘스페인 독감’이라 명명되었다.

프랑스국립도서관에서 디지털 아카이브한 광학의 서 의 라틴어 번역본 De Aspectibus
폐렴 쌍구균(Streptococus pneumonia)은 폐렴의 주요 원인이 되는 세균으로, 두 개의 구가 붙어있는 모양을 하고 있다. 폐렴 쌍구균의 종류에는 I, II, II형이 존재하며 그리피스는 이 중 II형과 III형을 이용하여 쥐에 감염시키는 실험을 진행하였다.
병원성이 있는 III형은 쌍구 표면을 부드러운 켑슐이 둘러싼 모양을 가진다. 그리피스는 이를 S형(S: smooth)이라 지칭하였다. 반대로 병원성과 켑슐 모두 없는 II형을 R형(R: rough)으로 지칭하고 실험을 진행하였다.

실험은 네 부분으로 진행되었다.

폐렴 쌍구균 (이미지 출처: Wikipedia, “Streptococcus pneumoniae”, https://en.wikipedia.org/wiki/Streptococcus_pneumoniae , (2017.5.15.))

Griffith’s experiment

그리피스는 이 실험의 결과를 파괴된 S형 균주로부터 병원성 형질을 R형이 받아들여 S형으로 변환되었다고 해석하고 이를 형질전환 transformation 이라 명명하였다.

비록 이 실험은 형질전환이 무엇을 통해 일어나는 것인지는 정확히 밝혀내지 못하였지만, 박테리아가 유전정보를 형질전환의 형태로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실험으로 훗날 DNA가 유전물질임을 확립하는데 많은 기여를 하였다.

Oswald Avery, Colin MacLeod, and Maclyn McCarty에이버리, 맥러드, 매카시의 실험 Avery-MacLeod-McCarty Experiment (1944)

1940년대 당시에는 많은 학자들이 단백질을 유전 정보 전달 물질로 생각하였다(**). 그리피스의 실험에서 관찰한 형질전환도 단백질을 통해 이뤄진다고 믿었으며, 여러 연구자들이 이를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하지만 그리피스의 실험을 바탕으로 한 에이버리와 동료들의 실험을 통해 DNA가 유전 정보 전달 물질임이 증명되었다.

** 왜 단백질을 유전 정보 전달 물질로 생각하였을까?

단백질의 기본을 이루고 있는 아미노산은 총 20가지이다. 그러나 핵산을 구성하는 염기는 단 4가지 (DNA: A, G, T, C / RNA : A, G, U, C) 이기에 다양성이 뛰어난 단백질에 유전정보가 저장될 것이라는 믿음이 팽배하였다. 학계의 이러한 믿음을 의식한 듯, 에이버리와 동료들은 실험을 통해 DNA가 형질전환을 일으키는 유전물질임을 확인하였지만 다소 소극적인 표현으로 논문을 마무리하였다. 아래는 당시 게재된 논문의 결론이다.

“The evidence presented supports the belief that a nucleic acid of the deoxyribose type is the fundamental unit of the transforming principle of Pneumococcus Type III.” [발췌 : ""Studies on the Chemical Nature of the Substance Inducing Transformation of Pneumococcal Types: Induction of Transformation by a Desoxyribonucleic Acid Fraction Isolated from Pneumococcus Type III" , 1944, pp 156. ]

에이버리의 실험도 폐렴 쌍구균을 이용하여 진행되었다. 형질전환을 일으키는 물질을 찾기 위해 그리피스의 실험에서 형질전환이 나타났던 조합을 기반으로 실험하였다. 살아있는 R형 균주에 열처리한 S형 균주를 섞은 뒤, 형질전환 후보물질에 대한 분해효소를 추가로 첨가하였다.

에이버리의 실험

실험을 통해 에이버리와 동료들은 DNA가 파쇄 되었을 때만 형질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당시 형질전환의 키(key)는 단백질일 것이라는 학계의 생각과는 다르게, 이 실험은 DNA가 형질전환 물질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이 콘텐츠는 시리즈로 제작합니다.

작성자 :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이준승

감   수 :KAIST 생명과학과 김재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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